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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 잃은 6월의 태양
이원정(45회, 6.10만세 운동 유족)
6월의 태양은 밝았는데도
온 장안에는 어둠의 그림자뿐이었답니다.
마지막 왕 비명의 장송 행렬을
왜놈 헌병은 마상(馬上)에서 내려다봅니다.
경계하고 번득이는 군경의 눈치보며
울음마저 삼켰으니 태양 밝은 것 어떻게 아리
백성들은 고개 숙여 임금의 마지막 애도하는데,
칼 찬 군인들은 눈을 부라리며 왔다갔다 합니다.
대여(大典)도 창덕궁을 뒤로하고 멀어지기 싫어하는데,
호각 불며 마지막 길 재촉하는 자 웬 놈들인가?
창덕궁을 떠난 대여 30분이 지난 뒤에
이제 막 종로3가 단성사 앞을 지나갔습니다.
나라 잃고 임금 보낸 백성은 허탈해 있는데
중앙고보 열중에서 한 학생이 앞으로 내달으며
대한독립만세! 만세! 하며 태극기를 흔듭니다.
같이 섰던 학생들이 만세! 만세! 목이 터집니다.
군경들이 군화로 짓밟고 권총으로 후려치니
유혈이 낭자해도 학생들은 연신 만세를 부릅니다.
종로에서 불붙은 대한독립만세! 소리는
관수교 을지로 등 온 장안으로 번져갑니다.
설마 하던 총독부 긴급회의 대책회의 야단났지만
날뛰는 총검 앞에 맨몸 던지니 무슨 수로 당하리까.
주모학생 11명은 서대문 감옥 지하 독방에서
회유하다 위협하며 물고문 전기고문 갖은 악행 당했었네.
판사가 묻기를 무슨 목적으로 만세를 불렀는가?
그 일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당신 혼자 모르는가?
또 한 학생 불러내어 같은 말로 물었더니
피의 값으로 자유를 얻고자 만세를 불렀다 하네.
또 다른 학생에게 격문을 보이며 이 불온문서 본일 있지?
아! 그것은 불온문서가 아니라 조선독립 문서지요.
주모학생 11명의 의연하고 당당한 법정투쟁에
오히려 에토(江)판사가 실색하고, 방청객은 숙연하더라.
잊고 지내다가 광복된 지 80년이 가까워서야
이념을 초월한 6·10만세운동 역시에서 제대로 평가하여
6·10만세 기념일이 「정부 기념일로 지정 되었고
주모자 4명이 2021년 6월 「이달의 독립운동가 되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