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두산 이원재, 선발을 노리는 어린 곰
“선발진이 어떻게 버텨주느냐가 올시즌 관건이다.” 두산 윤석환 투수코치의 생각이다. 두산은 올시즌 박명환이 LG로 가고 이혜천이 군에 입대해 선발진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김명제와 금민철이 공백을 메우려 나서겠지만 둘은 한 시즌 내내 선발로 뛴 적이 없다.
남은 5선발 후보 신재웅, 구자운, 정성훈, 이경필도 마찬가지다. 시즌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시범경기를 통해 5선발 실험은 계속된다. 윤코치는 “신인 이원재(19)가 가세해 기존 선수들이 긴장하고 있다. 시즌 개막까지 5선발의 주인공은 알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는 올해 중앙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2차 1번으로 지명된 오른손투수다. 이원재는 전지훈련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두산은 지난 2월 24일 미야자키 히무카구장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과 연습경기를 가졌다. 이원재는 이날 2-7로 뒤진 8회에 마운드를 이어받아 11개의 공으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요미우리 1군 경기에 대주자로 자주 나온 이와다테 마나부를 삼진으로 처리했고 신인 유격수 사카모토 하야토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3월 7일 미야자키 산마린구장에서 치른 KIA와의 연습경기에서도 좋은 투구는 이어졌다. 연장 10회 마운드에 올라 10개의 공으로 1이닝 동안 무실점했다.
김연훈에게 우전안타를 맞았지만 이재주와 한규식을 각각 2루 땅볼과 우중간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이원재의 활약으로 두산은 연장혈투 끝에 5-4로 이겼다.
이원재는 전지훈련 연습경기에서 시속 140km 안팎의 직구와 커브, 슬라이더를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윤코치는 “187cm의 큰 키에서 나오는 직구와 커브는 다른 투수들이 던지는 공과 다르다”고 강조한 뒤 “(이)원재의 볼은 떨어지는 각이 커 타자들이 쉽게 공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공 끝의 움직임도 상당히 좋다. 이원재는 지난해 7월 1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제28회 대붕기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 서울고와의 경기에서 6회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2이닝 동안 6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했다. 서울고 출신으로 이원재와 입단 동기인 임태훈은 “위에서 내리꽂는 공의 위력이 정말 대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원재는 새로운 구종을 잘 익힌다. 맷 랜들과 다니엘 리오스가 새로운 구종을 가르쳐주면 자신의 손가락 위치를 보여주며 확인할 정도로 적극적이기까지 하다. 전지훈련에서 배운 반포크볼을 실전에서 던질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자세 때문이다. 윤코치는 “승부욕이 강해서 뭐든지 더 알려고 노력한다. 마운드에 오르면 어린 선수답지 않게 긴장한 얼굴을 드러내지도 않는다”고 칭찬했다.
이원재는 최근 복근운동을 시작했다. 전지훈련에서 체력이 약하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원재는 81kg인 현재 몸무게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러닝훈련을 하고 있다. 이원재는 “오래 뛰는 선수가 되기 위해 시즌 중에도 체력훈련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재는 계형철 코치와 커트 실링을 좋아한다. 둘은 선수 생활을 길게 했거나 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계형철 코치는 38살 5개월 10일에 완투승을 기록했고 41살의 실링은 올시즌도 여전히 보스턴 레드삭스의 주력 투수로 활약할 예정이다. 이원재는 “1군에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수로 오랫동안 마운드에 오르는 게 꿈”이라는 야무진 포부를 밝혔다.
윤코치는 이원재를 “1군에서 뛸 정도의 기량은 이미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즌 중반쯤은 돼야 1군에 얼굴을 드러낼 가능성이 많다. 김경문 감독이 2005시즌 당시 신인이었던 서동환을 과감하게 투입했다 쓴맛을 봤기 때문이다. 김감독은 이후 신인 기용에 신중을 기하는 편이다.
그러나 올시즌 불안한 두산 선발진은 이원재에게는 분명 기회다. 김감독도 “(이원재는)신체조건이나 마음가짐 등에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원재는 “어떤 경기에서든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는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며 시범경기를 앞둔 각오를 밝혔다.
이원재
신체조건 : 187cm / 81kg
생년월일 : 1988년 12월 1일
포지션 : 투수
투타 : 우투우타
경력 : 중앙중-중앙고-두산 (2007년)
SPORTS2.0 제43호
이종길 기자 / 2007-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