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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11월21일 토요일 오후6시 명동 이비스스타일 앰배서더 호텔에서 중앙고 91회 졸업20주년 사은회가 열렸다. 채정석 교우회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과 이용균 교장선생님 등 14분의 은사님들, 16명의 동기들이 참석했다. 예년의 중앙 20주년 사은회와 비교하자면 조촐한 규모의 사은회였지만 코로나라는 전 세계적인 팬더믹의 상황에 치룬 행사여서 무사히 개최됐다는 점만으로도 하늘의 도움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교우회의 중요 행사들이 취소되는 상황에서 20주년 사은회의 개최도 불투명했다. 하지만 졸업 20주년을 맞아 동기회를 처음 구축하는 계기가 되는 사은회를 코로나때문에 단절시킬 수는 없다는 생각에 91회 이덕주(회장)·유재민(부회장)·총무(정대화)가 8월 말 의기투합했다. 행사의 개최여부를 떠나 일단 동기들을 연락하고 예년처럼 행사준비를 하기로 했다.
선배기수와 중앙교우회 사무처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은회 날짜와 장소를 확정한 것이 10월 중순. 마침 국내에서 코로나 확진자 수가 줄어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낮아진 상태였다. 이대로 확진자 수만 유지된다면 예년처럼 20주년 사은회를 개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1월 5일 사은회를 앞두고 열었던 동기 사전모임은 감격스러운 자리였다. 졸업 후 10명 내외 정도로 개인적인 연락을 하고 지냈지만 이들을 모두 연결해 '동기회'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자리는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날 모인 동기들은 20여명 정도였지만 사은회 참석의사를 밝힌 동기들은 더 많았다.
11월 6일에는 회장단 3명이 모교를 방문해 재직 선생님들께 사은회 참석을 부탁드렸고 선생님들께서도 20년만에 제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11월 첫째주를 기점으로 코로나 확진자 수는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사은회를 한주 앞두고 확진자가 200명을 넘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1.5단계로 상향됐고 행사를 이틀 앞둔 19일에는 300명을 돌파하면서 2단계 상향이 임박했다.
결국 21일 사은회 당일에는 재직선생님들은 교장 교감 선생님만 참석하셨고 은퇴 선생님들도 자리를 하지 못하신 분들이 많았다. 동기들과 선배님들의 참석도 예상보다는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1회 동기회는 사은회를 최대한 의미있게 치루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먼저 고3시절 지리교과 선생님이었던 김봉수 선생님의 진로지도로 지리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홍성연 경희대 교수가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했고, 김봉수 선생님은 영상으로 화답했다. 또, 대전·제주·일본·대만·미국·멕시코 등 곳곳에 퍼져있는 91회 동기들의 영상메시지를 시청했다. 코로나로 인해 혹은 물리적인 거리로 인해 떨어져있지만,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동기들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은 행사장 까지 전해졌다. 코로나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언택트 사은회였지만 선생님들도 기뻐하셨다. 어려운 와중에도 행사를 준비해준 91회 동기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거듭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행사는 간소화했지만 여기서 절약된 예산은 선생님들께 드리는 선물로 집중해 많은 것들을 안겨드릴 수 있었다. 자리를 떠나시는 선생님들을 배웅하며 내년에 또 뵙겠습니다 라고 동기들은 약속했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위기를 맞았을 때 진정한 능력이 드러난다고 한다. 코로나라는 큰 위기에서 20주년 사은회를 준비하면서 중앙의 진정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각 기수 중앙 선배님들께서 다양한 형태로 도와주시고 응원해 주셨다. 그래서 하늘도 도와주신 것일까. 한주만 늦어도 20주년 사은회는 취소되었을 것이다. 계우회보를 통해 다시금 채정석 회장님을 비롯한 선배님들과 중앙교우회에 감사드리고 싶다.
이덕주(91회 동기회장) 교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