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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휘문고 자사고 지정취소 부당"…항소심서 뒤집혀
송고시간2024-09-25 15:14
인쇄"취소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입법 한계 벗어나 효력 없어"
항소심 확정되면 자사고 지위 유지
[촬영 안 철 수]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횡령 사건을 이유로 서울 휘문고의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위를 박탈한 교육당국 처분이 적합하다는 판단이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행정11-1부(최수환 윤종구 김우수 부장판사)는 25일 학교법인 휘문의숙이 서울시교육감을 상대로 낸 자사고 지정취소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객관적 처분 사유에 대한 1심의 판단은 수긍이 가능하지만, 처분의 근거인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휘문고는 8대 명예 이사장과 법인 사무국장 등이 2011∼2017년 한 교회에 학교 체육관 등을 예배 장소로 빌려주고 사용료 외 학교발전 기탁금을 받는 수법으로 38억2천5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2018년 서울시교육청 감사에서 적발됐다.
검찰 수사 결과 명예 이사장과 사무국장 등은 휘문고가 자사고로 지정되기 전인 2008년부터 총 52억원가량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2020년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회'를 열어 휘문고에 대한 자사고 지정 취소를 결정했고, 교육부도 동의했다.
휘문고 측이 반발해 낸 취소 소송 1심은 "처분의 사유로 인정되는 횡령 액수만 30억7천500만원에 이르고 배임액은 2천여만원"이라며 "장기간 횡령과 배임이 이뤄졌고 원고가 교육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서울시교육청의 손을 들어줬다.
항소심은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의 처분 근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행령 규정은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회계를 집행한 경우 교육감은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는 모법인 초·중등교육법 61조에서 위임받은 사항을 규정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학교와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를 규정하는 초·중등교육법 61조 1항은 자사고 운영의 범위에서 법률을 현실적으로 집행하는 데 필요한 세부적 사항을 규정한 것인데, 이 취지를 벗어났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시행령은 개인의 권리 의무, 즉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학교 법인의 사립학교 운영에 관한 내용을 변경하는 새로운 내용이라고 봄이 타당하다"며 "즉 처분의 근거는 지정 취소에 관한 새로운 입법을 한 것으로 위임 입법 한계를 벗어나 시행령 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휘문고 측이 신청한 초·중등교육법 61조 1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대해서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만일 이날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면 휘문고는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
휘문고는 1심 판결 뒤 집행정지를 신청했고, 인용 결정을 받아내 2024학년도 신입생은 자사고로 선발한 상태다.